김샤메

2024년 실존김샤메 이야기

김샤메 2025. 1. 1. 01:35

 트위터에 막 플레이했던 비주얼노벨(속 미연시)에 대한 감상을 마구 적고 오는 참입니다.

실은 어디가 어떻게 대단했고, 어디가 웃기고 재밌었고, 작은 주제들에 대한 감상은 어땠고, 내가 감동받은 포인트, 대사. 감정선 큰 이야기, 마지막 여운 등등.. 하나하나 다 짚고 싶지만 일부는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고, 사실 캡처를 팍팍 떠서 올려서 이거야 이거 할만큼 떳떳하고 보여주기 좋은 형편은 아니기 때문에 대충 뭉뚱그린 이야기에다가 제가 하고싶은 말은 굉장히 부족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비주얼노벨은 라노베나 애니메이션~극장판에 비해 스포일러 면에서 어느정도 자유롭다고 생각하는게, 아!! 이거때문에 내용 다 알았어 망했어!! 같은 국면으로 치닫는 일이 잘 없다고 할까.. 그냥 아 이런 걸 하셨구나 하고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단 말이죠. 그렇기때문에 그냥 일부 떳떳하지 못한 나에 대한 변명의 연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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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2024년 12월 31일자로서 2024년을 돌아보고자 하니, 사실 2024년만 돌아보거나 하는 건 어렵더라고요. 고2때는 고2만 탁 짤라서 본다거나.. 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막상 이제 학년이나 연단위 훈련계획같은 거로 내 삶의 구간이 나눠지지 않는 지점에 왔다 보니까. 이것도 잡설.

 

 사실은 영수증 공모를 혼자 작성하고 혼자 했다면 이런 잡설들이 다 내용에 담길 예정이었습니다. 1년에 대한 리뷰 라는건 단순히 이때 이랬지 올해는 이게 재밌었지 같은 느낌보다는 정말 "그러고보니 12월인데 어떻게 내가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었는가" 같은, 좀더 오타쿠같은 감각으로 돌아봐야 한다는 게 제 생각.

 

 그래서 그냥 못 다한 이야기고, 트위터 블루 결제를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전 퇴사를 기점으로 한번 되돌아본 기억이 있어서 티스토리에게 다시 신세 지기로. 그냥 내가 쓰고 싶고 내가 어느날 다시 보고싶은 걸 기록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슬쩍 누가 봐주지 않을까 하는 그런 알량한 오타쿠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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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작년 연말~연초부터 잠깐 언급하자면, 2023년 6월 퇴사, 7월 입사, 10월 퇴사(수습컷당함)을 기점으로 11 12월을 건너 2024년의 01 02 03 이라는 약 150일간의 실업급여의 스토리가 있었습니다만, 1년+ 이 지나 해금된 지금을 기준으로 따지면 꽤나 쑈킹한 신변의 변화도 있었죠 (아싸 다시탱크를 (생략))

 

 아무튼 연초에는 꽤 몰려있지 않았나 합니다. 그런것 치고는 마구 놀러다니고 양복을 3벌 맞춘다거나 하고 다녔는데, 약간 억눌려왔던 것과 불안한 당시 상황에 대한 반대급부가 아니었을까 하고. 지금 돌아보면 꽤 위험한 표출~해소 방식이고. 언제나 내 안에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해서 유의하고자 하는 부분.

 

3월부터는 어떻게 다시 안양의 (난 경기도 안양의)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습니다.. 실업급여가 마침 03이 종결지점이었어서 꽤가 아니라 상당히 극렬하게 위험했다고 생각함. 내가 돈을 벌지 않으면 안되는 세계관 <- 이것이 주는 압박감이 상당하기 때문에 대학생때부터 내심 이런데에 공격성이 존재합니다 (사실 나름 다스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서도 이런거 관련으로는 자꾸 사람을 찌르고 내 쇠사슬이 얼마나 무거운지 자랑하고 싶어하는 이상한 근성에서 어떻게 탈출하는지 잘 모르겠음, 사실 벗어날 수는 없고 앞서 말한 대로 얼마나 잘 다스릴 줄 아는가에 대한 이야기겠죠)

 

 굳이 한달씩 한장씩 달력넘기기를 하자는건 아니고, 아무튼 지금은 3월의 취업을 기점으로 그렇게 되서 추가적인 직업적 변동 없이 2024년을 잘 마무리 하는 지점까지 왔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 과정에서 오이도에서의 삶(.)을 벗어나 지금 군포에서 전세대출어쩌고를 받아 연명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글을 쓰거나 위에 말한 비주얼노벨을 플레이하거나 하는 등 나름의 띵가띵가가 가능한 이유는 이런 것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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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직장 이야기를 한달한달 끊어가며 까지는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2023년 당시 작성한 글에는 2021~2023 동안 "내가 얼마나 당했는지" 같은 이야기를 꽤 중점적으로 다뤘는데, 이거는 뭐랄까, 지금 생각해보면 "군대 다녀온 사람이 군대 이야기밖에 할 수 없는 이유" 랑 비슷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인생? 시간? 시계? 적으로 정신적으로 굉장히 몰두 해 있었고, 거기에 매진해 있었다? 랄까 소모되고 있었다. 같은 느낌이 있어서, 그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가 과연 나에게 있을까, 같은 이야기처럼 지금은 느껴집니다. (분명 있었고, 저는 21~23년도에도 주말에는 사람들과 놀고, 노래를 틀고, 애니메이션을 보고 지금과 같은 일상을 쪼개기 해가면서 썼고, 그 결과 지금 만나는 분들과 인사할 수 있는 지금의 제가 있다고도 생각하지만)

결국은 군대라는 것도 약간 그렇게 작용한단말이죠, 너무 많은 부분 그곳에 묶여있고, 생활하게 되고 하다보니.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나에게 있지만 마치 그것밖에 없었던 것처럼 느껴지고는 합니다.

 

 라는 문단으로 시작한 만큼, 당시에 비해서는 전 조금 더 채색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봤자 내가 2월에는 뭘했고, 3월에는 뭘 당했고.. 4월에는 무슨 일이 있었고.. 같은 식으로 하나하나 회사의 썰을 푸는데 모든 지면을 할애할 만큼 회사 이야기로 절박하지 않다는 이야기 정도죠. 난 나아졌어. 대박. 같은 느낌 보다는.. 제가 트위터에 자주 적는 말이지만 아무래도 극도로 겸허해질 때가 있습니다.

(자주 적는 말의 요약 : 지금 내가 쓰고있는 플라스틱..키보드..마우스..모니터..오늘 탄 버스..버스의타이어..가지나가는도로..신호등..지하철.. 오늘 마신 물..점심,식당..음식.. 전부 남의 덕분이고 도움이고 기적이다) 가끔씩 일이 잘 풀리거나 나 힘좀 쓰고 있는데? 남들은 뭐함? 같은 오만함이 올라올 때가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것은 아직 잘 모릅니다. 아무래도 이것이 제 사회생활의 다음 숙제이자 인간으로서의 거대한 과제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도 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니까 굳이 적자면.. 인간관계적으로 나름 만족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서도 절찬리 올 오픈 오타쿠 생활을 하고 있는데, 2010년부터 수많은 시행착오와 줄타기 감각으로 일반인 앞에서도..(생략) 같은 것을 수련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시대도 좀 개방적인 시대가 왔고, 이제와서 안 써먹기 아까운 부분. 다행히도 여전히 별난 사람 신기한 사람 정도의 영역에서 잘 상주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런 별난 부분에 대한 만큼 인간적인 신뢰감으로 보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꽤 착한 사람으로 잘 생활하고 있습니다. 관심과 시선도 따듯한 편이라, (그들 시선 기준) 이 참 괜찮고 별난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과 같이 (생략) 일까 정말로 따듯한 눈으로 기대해주고 있는 부분이 참 마음이 아픕니다. 말만 그렇게 하는 걸수도 있고요.

 아무튼 대충 이런 농을 작성하는 데 거부감이 없을 만큼 다들 좋은 사람들이고, 갈등이나 마찰보다는 어떻게든.. 꽤 동그랗게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그런 분위기일수록 내가 그 원의 튀어나온 모서리가 되고 싶지 않다는 인력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른바 선순환 (또는 제 망상일수도 있고)

 인간 외적인 조건 및 환경적인 부분은 제가 학창 시절~취준 기간 들인 공과 직업선택에 얼마나 진지하게 임했는지를 생각하였을 때 굳이 투덜거리지 않도록 하기로 했습니다. 이정도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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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결국은 이정도로 됐고 2024년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거겠죠. 그럼에도 앞서 말했던 것처럼 2024년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가 하는..그런 건 있습니다.

 

 애니송클럽 이라는 개념에서 보면 송출부터 시작해서 노래를 틀기 시작한게 2020년부터.. 믹스클라우드에 47개의 세트리가 올라가 있지만 그중 16개가 2024년인 만큼 2024년에는 많이 불러 주셨고.. 꾸준히 틀고 나올 수 있는 환경도 되었기에.. 그리고 유독 새로운 분들을 많이 인지하고 인식하게 된 해가 아닐까 합니다. 작년에는 그러지 않았다는 뜻인가? 라고 하면.. 이런 부분에서 21~23년이 얼마나 기억이 휘발되었는지 아찔할 뿐입니다. (농담이 아니고, 정말 어? 그러고보니 어땠지? 나 어떻게 살아있지? 같은 개념으로 정말 잘 모르겠음) 공모 당선이라거나, 제가 공모를 열어보기도 하고, 많은 분들과 밥도 먹고.. 꽤 즐겁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서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좋은 시선 좋은 말로 즐거웠다고 확실히 기억이 남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부분도 꽤 많습니다. 여전히 아직 아무것도 아니라는 느낌이 절절히 드는. 그런 지점을 실감합니다. 부족함이랄까, 모자람이랄까. 그럼 이런 나를 어떻게 하고싶은가. 여전히 모릅니다. "그렇게는 싫다"라는 지점도, 그렇게 정했을 뿐이고 그것이 온전히 내 개인적인 것도, 보편적인 것도 아니지만, 이것은 고집인가 방침인가 철학인가 보통인가.. 뱅글뱅글.

 

 애니메이션 감상에 있어서는.. 하반기 들어서는 왠지 꽤나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1~3월, 4~6월은 확실히 척척 시작과 끝을 어떻게든 맺은 감각이 있는데, 7~9와 10~12는 아쉬움 잔뜩. 특히 10~12는 전멸. 여러 이유도 있습니다만. 이런 4분기의 제 신변에 있어 애니메이션이 줄어든 "여러 이유" 라고 말해야 할 만큼 사람이 산다는 건 다층적이지 않나 합니다.

 

 막상 저는 마지막의 마지막 일주일 정도 비주얼 노벨을 하는 지점에 와서야 꽤나 살아있다는 부분에 실감했는데요, 농담이 아니고. 표현을 하자면 약간 겨울 실외에 추위를 타고 있을 때 뜨거운 음료를 목구멍에 넣으면서 전신에 퍼지는 그 감각이라고 설명하고 싶습니다.

 사실 문득 살아있다는 감각을 받아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왜 하필 지금인가? 왜 이것을 하고서인가? 라고 하면 저도 바로 이래서입니다. 라고 말을 할 수는 없고, 왜 다른것을 할 땐 안 그랬는가? 라고 하면 그것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요루쿠라, 걸즈밴드크라이, 트라페지움. 등등. 올 해 재밌고 감명깊게 보고 꽤 안쪽까지 울렸던~진짜로 울기도 했던 작품을 볼 때는 어땠는가 하면.. 그때와 약간 비슷하지 않을까. 그치만 이번에는 딱히 눈물이 나오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지점에서 그런 감정의 격동 같은 것만이 또 증거인 것은 아니겠구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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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회고의 글이니 굳이 적자면 약간의 길을 잃은 지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째서지? 라고 하면 저도 묻고 싶습니다. 재밌게 잘 놀았고, 사람들이랑 밥도 잘 먹고 노래도 잘 틀고, 여유시간은 많아졌고.. 그런데도 뭘까? 라는 지점입니다. 문득 올해 3분기 즈음부터는 꽤나 자성이 약해져서, 원래도 딱히 관성으로 하고 있었다거나, 관성으로 하던걸 계속 할 만큼의 인간조차 못 되기 때문에.. (관성으로 하는 사람은 보통 돈을 무지하게 집어넣은 RPG나 소샤게를 못 끊을 거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만, 등등.) 아무튼. 오타쿠적으로 꽤 핀치에 있었다고 생각.

 

 막상 "오타쿠적으로 핀치에 있다" 라는 부분도 삶적으로 애매모호한 점이, 그럼 나는 이 불균형 자체를 없었던 것으로 하고 오타쿠적으로 살아왔던 균형감각 속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것인지, 이 기회에.. 같은 애초에 난 여길 나갈거였어 류의 청산과도 같은 생각까지 가지고 있는 것인지. "핀치"라는 것은 무엇인지.. 그런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 자체가 이미 어느정도 바운더리 밖으로 벗어난 것 아니냐.. 마음이 뜬것 아니냐.. 라고 하면 저는 별로 동의는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 정도로 진실성 진위성을 가리고자 하는 부분에서 꽤 오타쿠 같다고 생각.. 아니면 그냥 개인 성향이거나.

 

결과적으로는 뭐.. 결과적으로 라고 하긴 그렇지만 저는 사실 이런거 저런거 좋아한다 애니메이션 좋아한다 하지만 막상 바깥 사람들이 샤메씨는 만화 좋아한다그랬죠.. 같은 식으로 발화를 걸어 들어와도 대응이 안 되는.. 굉장히 불량품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선은 필독~교양 범위의 작품을 취급하지 않기에.. 주술회전오시노코진격거나루토블리치원피스단다단(최근에어떤분이이거로말걸어줬으나..대박.) 등등등등..

 관심있게 말을 걸어주는 분들이 2024년 들어 문득 안팎으로 많았던 만큼. 그래서 나는 어디 쯤 와 있는 것이고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이고 나는 내가 알고있는 이것으로 뭘 할수 있는거고.. 같은 부분을 꽤 골똘히 생각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인 결과로는 결국 작품이나 갯수나 읽은(본) 것에 의해 좌우되기보다는, 어떤걸 봤을 때 어떻게 느끼고, 본인에게 어떤 피드백으로 적용시키는지가 어떤 오타쿠인지에 대한 정체성을 결정짓는다고는 생각하고 있지만, 이것조차 꽤나 개인적이고 보편적이지 못해서.

 

그나마 버튜버랑 꽤 친해져서, 쇼츠를 정말 일절 안 보던 (맹세코, 저는 2024년 언저리까지는 쇼츠같은 건 안 봤습니다.) 제가 쇼츠에 버튜버가 많이 나오게 관심없음과 추천안함을 연타한 결과..(생략) 이것도 뭐 좋은 점 아쉬운 점 반반. 그래도 뭐랄까 좀 넓어진 기분도 들고.. 이쪽을 원래 좋아하던 사람들과 한두마디 더 할 수 있게 됐다거나, 평소에는 완전 알 바 아니던 세상이 보이게 된다는 점이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위의 내용들은 결국.. 뭐랄까, 약간 내수용 같은 거라 생각해서. 대외용으로는 오직 손해만이 존재하는 타이틀이고 유지비 대비 커뮤니케이션 연비가 나쁜 것이 아닌가? 결국 내가 원하는 대화를 위해서는 꽤나 인터넷을 이용할 수 밖에 없게 되는.. 대충 바보같은 예시를 들자면 종말트레인~샤인포스트~트라페지움~리제헤르에스타 이야기를 내가 그냥 만나는 누구랑 할 수 있을까 같은.

물론 지금까지 그래왔기 때문에 그래도 되는 것이고 그러는 것이 디폴트에다가 "이제 됐으니 내 눈앞에 그런 사람을 내놔~~!~!" 같은 외침도 절대 아닙니다만, 이게 내가 "찾을거야!! 어딨어!!" 라고 하는것이 0, 마이너스라고 쳐도, 상대방이 "저 사람은 오타쿠니까.." 같은 마음가짐으로 와서 나에게 커뮤니케이션을 걸었는데 내가 대응이 안 되고, "그럼 다른 거 뭐 좋아해요?" 같은 치명적 무해한 질문으로 한번 더 노력하지만 나로서 "말해봤자 모르잖아" 같은 감정 느끼게 하는건 아무리 단련된 저라도 절대로, 정말로 느끼고 싶지 않은 패턴의 경험이고 제 일생 최악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요약하자면  "난 아는데, 내가 좋아할 걸 맞아맞아 아니아니 이런 말을 할 사람은 없고, 나한테 말 걸러 관심을 갖고 와준 (아마 일반인의~회사~)사람에게는 어떤 좋은 커뮤니케이션 피드백도 줄 수 없는" 그런 감정을 느꼈다는 것 자체는 사실. (트위터 열면 모두가 있어 안심)

그렇다고 지금 내가 하스노소라 위드미츠도 못 보고 있는데 주술회전을 볼 사람도 아니거든요. 그럴거면 헤븐번즈레드 스토리 밀었지.

 

 아무튼 그런 외부적 자극 때문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2024년 절반을 넘어선 시점에서 저는 꽤나 뭔가 밥을 떠서 입으로 갖고가는걸 게을리 했습니다. 그냥 아는 메뉴를 적당히 바꿔 계속 말하거나, 재생산의 연속. 별로 내가 말하면서도 바람직하지 않기도 하고, 알게된 것이 아닌 알고있던 것을 말하는 것이 그닥 엄청 재밌지는 않다는 깨달음 등등.. 어.. 그닥 즐겁지 않은데? 라는 지점.

 

그러나 이것은 본질적으로 "오타쿠 짓을 해도 즐겁지 않은데?" 라기보다는.. "오타쿠 짓을 안 해놓고 오타쿠 같은 짓을 하려니 즐겁지 않은데?" 라는 지점에 가까워서, 하지만 사람은 감정적으로 착각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왠지 즐겁지 않다" 만큼은 사실인 반면, "오타쿠 짓을 한건지, 오타쿠 짓 같은 짓을 한건지" 라는 부분은 나름대로 빠져나갈 구멍이 있기 때문에, 멋대로 "난 오타쿠 짓을 한 것 같은데, 지금 별로 재밌다는 기분이 안 드는 것 같아" 라고 멋대로 자기변호적 피해를 호소하는.

 

 아마 그런 와중에 하나 크게 집어들었던게 일주일 분량의 비주얼노벨이어서가 아니었을까요. 이런저런 부분에서 취향도 맞았고. 약간 그런 지점도 있는게 아닐까 합니다. 약캐 토모자키 군이나, 아다치와 시마무라를 처음 만나 세네권을 그자리에서 읽었을때의 감각과도 같은..  

 

 그렇게 생각하면 단순히 빠칭~ 하고 취향 zone에 맞는 자극을 못 만나서?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시한번 새삼 실감. 떠서, 먹어야. 취향인지 아닌지 혓바닥 목구멍에 집어 넘기기는 해야 한다는거. 안 먹은 애니메이션 안 먹은 작품들은 맛을 모르기 때문에 모르는 채로 지나가게 되는 겁니다.

 

 그런 지점에 있어서 무슨 요일에 나오는 무슨 애니메이션~! 같은 것과 다르게, 표지~제목을 보고 그냥 생각없이 고른 책, 일러스트를 보고 만난 비주얼노벨 같은 것은 꽤나 앗 이것 운명?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게 아닐까요. 제 INFP 뇌가 만들어낸 망상일 확률 농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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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그럼에도, 핀치니 뭐니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12월 31일 11시쯤 되어서야 겨우 다시 든 생각이지만, 꽤 웃긴 이유로 시작했던 비주얼 노벨은 너무 좋았습니다. 오히려 이것에 대해 그치? 거기서~ 아니 그게 쩔었지? 같은 말을 할 상대가 없어도 너무 좋았습니다.

 약간 이런 건 사람을 유치하게 만드는 그런 게 있습니다. 어떻게 그러는 걸까요? 보통은 스탠딩 일러스트에, 잘해봐야 정지 CG에서 대사가 출력될 뿐이라, 애니메이션처럼 눈동자가 번뜩이고 카메라가 움직이거나 하는 연출같은 것은 좀 부족하지만 내가 알아서 그렇게 해 버립니다. 약간 불편한 만큼 내가 거기에 더 엮여들어가는 느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유치해진게 아니라면, 그런 유치한 멘트에 조금이라도 마음이 동요하지 않을 것 같아서요. 그냥 만약에 내가 누워서 스크롤을 내리고 있다가, 누가 스크린샷으로 캡쳐해놓은 그 장면을 본다면. 절대로 그렇게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것을 확신하기때문에.

 그 대사가 나오는 그 장면까지 가는 과정에서 난 이미 그들과 함께 유치해져 있기 때문에.. 뭐 그런 것 아닐까요.

 

이런 말을 하는 것도 꽤 새삼스럽습니다. 내가 비교적 애니메이션 대비 책이랑 이런 미연시계열의.. 그런 텍스트에 유독 염병 호들갑을 떤다는건 나름 알기 때문에.. 단순히 그 호들갑을 떨 사이즈~볼륨(분량)의 차이일지도 모르지만요.

 

 다시 열심히 해 보겠다, 올해는 2024년보다 더 많이 보겠다, 분기마다 챙겨 보겠다. 같은.. 뭔 숙제같은 소리는 그닥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숙제를 할 사람이었으면 몇 번이고 못 했던 다른 숙제를 하고 있을 것 같아서.. 그냥.. 뭐라도 주워서 일주일 하루이틀이라도 신나가지고 떠들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남는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괜히 쫓기는 느낌 없이 좀 소박하게 가고 싶습니다. 딱히 취미든 애니메이션이든 뭐가 됐든 10개를 절반 보고 1개 끝까지 보고 1개를 건져도 좋지만, 3개를 보고 2개를 건질 수 있는 사람이어도 괜찮지 않나.. 7개만큼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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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계속 멘트가 돌고 있지만. 돌아보면 감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감사할 사람들도 많고, 감사해야할 작은 사건들, 우연히 잘 풀린 이야기들, 노력이 조금은 보답해 준 이야기들, 힘들었지만 잘 넘어온 일들. 등등.

사실 이것도 자기기만 자기암시일 뿐일 수도 있지만.. 그런 지점에서 매번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또 우연히 12월에 이걸 플레이 안 했다면 내 24년의 마무리는 좀더 덜 컬러하지 않았을까? 같은..

 그렇게까지 대단하고 저에게 전환점이 될만큼, 무언가가 될 정도의 대작이라거나 인생의 포인트 같은 것은 아닙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좋은 기억이었어" 정도로 남을 수 있는 그 마무리가 좋았습니다.

 딱. 두세권 정도 되는 분량의 책을 덮고 기분이 좋을때의.

애니메이션(뒤의내용을 기대해줘~! / 이후로는 책을 구매해줘~!) 같은 느낌이 아니어서일까? 라고 생각하면 너무 애니메이션 싫어 맨 같고. 사실 이 잘 모르겠다는 느낌마저 싫지 않습니다. 와. 이렇게까지 긍정적인 녀석이었나?

 

 아무튼 간만에 받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감사. 그냥 이런 이야기가 좀 그렇지만 따뜻솔직한 내용이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냥 감정적으로 삶적으로 팍팍하다가 그런거 보니까 너무 좋아서 그랬을 뿐일수도 있고.

 

노인네 같은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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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텍스트로는 쓸만큼 썼다는 감각이 들지만. 내용을 생각하자면 2024년을 제대로 돌아봤는지 모르겠습니다. 글로는 상당히 지리멸렬한 글 확정이라고 봅니다만, 저는 이 지리멸렬한 글을 쓰면서 확실하게 머리속으로 스쳐 지나가든, 잠깐 멈춰서 떠올리든. 많은 게 지나갔다고 생각합니다. 전부 글로 적을 능력도 없고, 전부 글로 적을 필요도 없다고도 생각합니다.

 

 감사하다는 말만 매크로처럼 반복하기에는 '그럼에도 감사' 같은 말을 하기 싫을 만큼 억울하고 힘든 일도 있었고, 감사하다고 할 만큼 엄청 은혜를 받았다는 감각이 없는 경험과 사소한 일들도 있었고.. 반대로 그럼 나는 그렇게 감사를 받았는가? 라고 생각했을 때에도 내 수고에 비해 무언가 부족하다는 일도 있었겠지만 별 것 아닌 것에 미안하다거나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인터넷 이야기를 좀 더 해 보자면, 나름 제가 소속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일련의 스펙트럼이 존재 하는데 그 스펙트럼이 현재의 지점으로 온 게 넓게 보면 17~19년도부터, 좁게 보면 20년도부터지 않을까 합니다. 트위터는 2011년부터 했지만요, 그때부터 좁아지거나 넓어지거나 움직이거나 했고. 지금도 그렇게 바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제 레파토리 자체를 인지하고 계시는 분, 머리 짧은 캐릭터 보면 김샤메가 좋아할거같은데 같은 맥락을 원치 않게(.) 탑재하게 되신 분, 파스타 후나미유이 시오리코 적성 등등.. 굉장히 개인적이고 어쩌라고 같은 이야기들에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 이라고 할 만큼의 분들이 관심 가져 주시고 재밌다고 생각해 주시는 부분도 새삼, 새삼 신기할 때가 많습니다.

 반대로 김샤메는 사람들에게. 라고 생각했을때는 꽤나 민망해 지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인터넷 뿐만이 아니라 저라는 사람 자체가 꽤나 이런 식으로 작동하고 있는데, "언제까지고 이렇게 일방적인 딜교를 세상이 용인해줄까" 라는 부분이 가끔 불안하기도 합니다. 사회 생활에서도/웹상에서도 문득 "이런 편한 거, 좋을지도..." 같은 식으로 생각해버리기 시작한 2024년인 만큼, 그 반대급부로 강렬하게 느꼈던 감정 중 하나지만 어쩔 줄 모르겠는 부분입니다. 나조차 어쩔 줄 모르겠는 이런 저에게 관심과 말과 재미와 공감과 지지를 제공해주는..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감사 이전에 신기함마저 느끼기때문에 더욱 몸둘 바를 모르게 됩니다. 감사한 일이야 감사합니다. 하면 되지만 이런 건 제 기준으로는 정말 신기한 일이라서.

 저는 그렇게 누군가에게 해 줄 수 없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저 사람들은 어떻게 나(및 다른 사람들)에게? 라는. 작동원리가 다른 인간을 보는 신기함이 있지만 그와 반대로, 그들도 나와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그들이 언제까지 이런 나에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현재로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고, 자꾸 정답이나 공략을 찾으려고 하는 것도 어디까지 유효할까 하는. 막연함이 있습니다.

 

 딱히 그런 인간적 기브앤테이크가 아니어도, 장난으로 트위터에 대충 욕 쓰고 싶을때 화풀이 상대가 돼 주는 버추얼 유튜버도 있었고.. 잠이 잘 안 오면 스하스하 숨 쉬면서 힘겹게 틀어놓고 제발 이번엔 안 깨고 잘 자게 해달라고.... 하는 그런 버튜버도 있었고.. 김샤메가 대충 하고싶은 망상의 피해자/가해자가 되어주는 형편 좋은 캐릭터들도 자주 있었습니다.

 

결국 아쉬움 재밌음 즐거움 별로였음 화남 분함 감사 불안 등등..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이런 모든 것들은 내가 혼자 앉아서 벽(또는 벽조차도 없는)을 보고 느끼자니 터무니 없는 것들이고,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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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몇월에는 뭐가 있었죠.. 같은게 아니어도, 내 주위에 이런 게 있었다. 나는 올 해 이런걸 느꼈다. 같은 걸 잔뜩 돌아봤습니다. 제가 10월 오이도에서 NHK로 오기까지의 내용과 같은 것들이 이 글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확실히 그와 관련된 모든 일련의 이야기와 사람들 사건, 감정과 시원함 섭섭함 즐거움 아쉬움 어려움 등등이 제 2024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지나갔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해프닝일 뿐인데, 다른 것들까지 전부 다 지나갔다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이런 "떠올렸어요" 에 포함이 안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분명히 존재했고 겪었던 그런것까지 통틀어서 지금의 저이기 때문에.

 

글의 특성상 감사~다짐 같은 마무리의 멘트는 별도로 없이.. 2025년 12월에도 지금 느낄 수 있는것들을 느낄 수 있는 채로 더 넓어진다면 좋겠습니다. 그때도 무언가 쓸 기력과 애정 그리고 혹시 읽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보이는 일기장 이라는 변태같은 공간에 글을 쓰는 만큼, 그런 관계라는 것들이 남아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