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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샤메

2025년 2월 넷 째 주 주말의 변덕 후기

by 김샤메 2025. 2. 23.

 

하늘색 유틸리티

 

2025년 1분기 애니메이션입니다. 2022년에 한 편 짜리 OVA도 나왔고요. 2022년 노래도 좋아요. 저는 좋아합니다.

일단은 골프 애니메이션입니다. 납작하게 요약해버리면 와꺄. 하는 그런 애니메이션입니다.

 

'유틸리티' 5번 채를 들고 있죠. 구매 예정입니다. 소장품이 되든 어떻게 되든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무리 저라고 해도 골프가 애니메이션에 나왔다고 골프를 시작할 만큼 젊지도 팔랑귀(웃음)도 아닙니다.

그랬다면 진작에 기타~베이스를 집에 두고 있거나... 밴드라던가 경마라던가 프라모델 등등. 다른 빠질게 많지 않나요.


일단은

저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때는 2022~2023 시즌 김샤메죠. 수원에서 일을 하고... 일을 하고.... 술을 마시고.. 일을 하고... 그러던 시절입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군대에서 얇아진 채 전역한 2018년부터 ~2021까지는 여러모로 체형(웃음) 무게 유지가 됐는데

정확히 2022~2024 때 박살이 났더군요.

물론 수원을 관둔 2025년 현재 돌아가지는 않았습니다.

 

사전 잡설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는 너무 재밌기 때문에.. 

아무튼 다시 하려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그 때 컨텐츠 중 스크린 골프가 있었습니다.

절대로 스크린골프가 메인은 아니고..... 술자리 유흥 중 하나로

한 11시정도까지 술을 미친놈처럼 먹은 다음... 스크린 골프에 가서... 스크린 골프를 구실로 또 술을 마시는 겁니다.

 

즉, 명백하게 회식의 연장선으로서 '3차' 정도에 해당하는 지위를 갖고 있던 악랄한 컨텐츠입니다.

 

그만 집에 가고 싶은 컨디션에서

그만 보고 싶은 사람들과

그만 하고 싶은 회식을 지속하게 하는...

심지어 스크린골프는 1시 2시 3시가 되도 문을 안 닫더군요... 이렇게 끔찍한 기억이 또 있을까요

 

2022년 김샤메의 생생한 분노 (일부 발췌)

 

아무튼 대충 이런 일을 1년정도 겪었고

(지는 팀이 밥값 and 게임비를 내는 구조였습니다. 가끔 개인전도 했는데 누가 꼴등을 했을지는..(웃음))

 

뭐 2할정도는 재밌긴 했지만 8할정도는 스트레스였죠. 안그래도 격무과로업무에 시달리던 때라

"사무실에서 일을 할테니 제발 회식이랑 이딴건 없었으면 좋겠다" 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던 시절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사원인데 월급 2배~를 받던 과장 차장이 너가 밥값+게임비 내 라니요..

(물론 평소에는 잘 사주긴 했습니다만. 그 결과가 새벽 1시 2시에, 영원한 야근이라면 저 같은 오타쿠는 아무래도 정이 안 붙습니다.)

 

 

그러던 와중, 직장도 옮기고... 

이곳에서도 무려 스크린골프를 몇번 같이 동원되서 가기도 했지만.. 2차/3차 개념이 아니라 정말로 

퇴근->스크린골프(밥)->안녕! 이라는 순서라

끝나고 집에 가도 8시라는 천사같은 사양.

일단 어르신과 같이 갈 때는 구경만 했습니다만. 일부 연습 몇 회 정도.

 

아무튼. 그러다가 2025년 다시 만난 겁니다. 하늘색 유틸리티를.

 

 

 

 

그렇기때문에 저는 사실 별 내용도 없는.

이 편안하고, '난 뭘 하면 좋을까..' 하는 데서 골프의 재미, 함께 해 주는 재밌는 동료들.

조금씩 늘어가는 나. 잘 하고 싶은 나. 알아가는 즐거움. 그 동료들과 함께하는 시간 자체가 즐겁고.

그런 부분에서 꽤나 와 닿아버리고 만 겁니다.

(살짝 너무나도 평화로운 다른 우주를 보는 감각에 안도감이랄까 여긴 행복하구나.. 같은 느낌에 티슈가 필요할 정도였음)


 

그래서

다시 2022년의 저와 2025년의 제가 동시에 존재하게 된 시점에서,

저는 2022년에 느꼈던 하나의 사실 자체는 아직 느끼고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클럽을 잡아서.. 땅바닥을 찍고, 공 위를 긁고, 공이 왼쪽으로 끝없이 날아가는... 아주 웃기고 절망적인 수준에서,

'나와 공' 과의 싸움이 아니라... '나와 클럽, 나와 내 어깨와의 싸움' 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아무튼 저는 골프를 꽤 괜찮은 수양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을 맞춘다거나, 하는 개념이 아니라. 저는 제가 이미지한대로 휘두르고, 클럽과 공이 거기에 응해준다는. 그런. '나'에 의해 완성되는 감각이라 좋아합니다.

 

배드민턴/야구/탁구 의 개념보다는, 당구 쪽과 결이 비슷한 부류라고 생각합니다.

타점,회전,맞추는 지점..등등. '수양'의 감각이랄까. 저는 아무튼 그런 수양이랄까, 게이머같은 지점을 자극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너무 멀리 가지 말고 돌아오자면, 아무튼. '저번의 나' 보다 나아진다는..

그 스포츠나 취미로서 꽤 훌륭한 효용감? 충족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물론 그 과정과 주변과 내용이 엉망이었지만요.

 


 

그렇게

의식하고 나니 더더욱

그 '싫었던' 모든 것들이 없다면 어떨까.

 

막연히, 차라리 정말로 '혼자라도' 간다면.. 내가 골프에게 느꼈던 자그마한 기분좋음이라도.

순수하게, 다른 방해 없이 즐거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제겐 들었던 겁니다.

 

그래서 무려 감히 유틸리티니, 아이언이니 하는걸 검색하며 만지작거리긴 했습니다만..

갑자기 골프채를 산다니요. 원래 하려던 건 이게 아니지 않습니까.

YAMAHA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이렇게 사용한 클럽(U5)와 함께 절찬리 홍보 중입니다.

 

물론 기분은 좋지만...

 

그래서 일단은 사서 관상용으로 만들어버리는건 너무하지 않나요.

아마 저의 소비패턴, 수집 습관 상 절대로 다시 팔거나 할 일도 없이..

그것을 전시만 한다는 것은 아주 기괴한.. 과거의 기억의 부산물이 되는 겁니다.

 

결국은

"골프를 다시 해 보자" 라는 지점에 도달 한 것입니다,

 

다행히도 집 근처(in 3 min)에 그럭저럭 멀쩡한(웃음) 스크린 골프 점포가 있었고.

 

그렇게 2025년 2월 22일 오전 11시.. 2시간의 시간을 예약하고..

 

18홀(비기너 난이도, 화이트티) + 9홀(세미프로 난이도, 화이트티)의

여행이 시작된 것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사진 위에 사진을 얹을 수 있어서 적극 활용 해 보았습니다.

 

 

이 때 약 1년만에 다시 처음 쥔 드라이버/아이언을 들고

무려 이번엔 하늘색 유틸리티의 영향에 아이언 대신 유틸리티를 꾹 쥐고,,

18홀의 게임을 마치고서 제가 느낀 건

 

'이럴 리 없는데?'입니다.

아니, 100타 밑으로 나온다니요?

 

120이나 나오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비기너'난이도에 대한 관대함이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습니다.

 

무려 스크린 골프 프로그램에서 '분석'조차 제공해주지 않기도 하고요.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재밌었다' 입니다.

 

중간에는 '한 타라도 더 줄여야해' 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아니다.. 지금 나는 골프를 즐기고, 이 공이랑 내 손목~어깨랑 소통을 하는 거지.. 제대로 칠 줄도 모르면서 스코어에 욕심을 낸다니?

라는 생각을 하는 등..아주 별 꼴이었습니다.

(혼자 가서 대체 뭔... 오락가락 하시네요?)

 

 

그리고.. 약간 힘들었습니다.

그치만 "역시 이럴 리 없어" 라는 감각에

남는 시간에 얼른 9홀을 치겠다 라는 감각에, 화이트 티 그대로, 세미프로 난이도로 올려서 친 결과..

제 감상은.. "이게 맞지" 였습니다.

물론.. 18홀을 친 후의 9홀은.. 저 같은 자의 체력으로는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앞부분의  +5 +4 +4는 약간 거대한 사고같은 것이고..

 

그래도 +2 0 +1 ... 같은 스코어를 "일단 낼 수 있다" 라는 점이 꽤나. 너무 재밌었습니다.

오히려 "비기너 보정을 떼고도 해볼만 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더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위에 말한대로.. 이 템포 대로면 제가 말한대로 120타가 나오지 않을까요? 나름 자기 객관화도..(웃음)

 


그렇게

잘 마쳐놓고, 23일.. 자꾸 생각납니다. 중독 초기 증세인가?

23일 다시 1시간을 얼른 해 보자는 생각에 오전 요금 12000원이 아닌, 오후 요금 18000원을 내고 가게 됩니다...

그 와중에 설정을 잘못하는 바람에,

비기너 모드, 레드 티 (설정되는 거리가 제일 짧다) 로 다른 CC를 플레이한 결과..

 

 

 

82타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이건 사고가 아닐까? 싶을정도로.. 

 

사실, 쭉쭉 잘 나간다거나, "여전히" 여기서도 잘못 맞아서 바보같이 날아가거나.

오락으로서, 스포츠로서, 게임으로서 충분히 재밌다고 생각합니다만.

과연 "얼마나 오리지널한" 지점을 느끼고 있는가.. 라는 부분을 의식하게 된달까요.

그야말로 오만함의 극의네요..

 

하지만 역시 "제대로 된 모양, 제대로 된 자세로 치고싶어" 라고도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지점부터는 저만의 능력으로는 될 수 없는 것이겠지요.

(아마 객관적으로 제가 치는 걸 점검은 하기 때문에, 안쪽으로 휜다/밖으로 뻗는다 같은 개념에 있어서, 명백하게 모든 타구가 밖으로 날아가고 있습니다만, 그것의 해결법이란? 이라는 지점에서..)

 


 

역시

뭔가 '생각만큼 재밌다' 라거나, '이전보다 나아진 것 같다' 라는 개념은 꽤 즐거운 감각이었습니다.

(스크린)골프는 죄가 없는게 맞았구나.

그리고 '친한 사람들' 이나 '재밌는 사람들'이나..

'회식'이나 '알코올' 같은 데 속박되지 않고 '혼자'가 아닌 상태에서는 과연 어떨까. 같은 부분도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게 한 때의 변덕이라고 하더라도.. 뭔가 역시나 이 작품에 나온 아이처럼 반짝반짝 해맑게 기대하고 오버도 해 보고 싶어서, '나의 물건' 같은 것은 하나 들여보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원히 추억으로 남더라도,

이번에 경험한 '이틀 동안의 기억' 만으로도 충분히 저에게는 의미 있었던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난 이걸 싫어하는 게 아니었구나 하고.

생각보다 재밌구나. 하는.

 

오타쿠로 살면서 이런 부분에 영향을 받고 행동해버리곤 하는게 이따금 조금 민망하고 부끄럽긴 합니다만

솔직하게 '좀 부끄러운 짓을 한 결과는 생각보다 좋았다' 라고 말 할 수 있는 그런 오타쿠로, 오타쿠 활동을 계속 해 나갈 수 있다는 지점도 즐거운 것 같습니다. 

 그 뭐냐, 오프라인 카드 게임을 시작한다거나. 악기를 시작한다거나. 비슷한 지점이니까요 일단은.

그래서 몇 년 했어? 멋지게 연주할 수 있게 됐어? 라고 하면 피차 할 말이 없을 수 있습니다만.

시작할때까지의 두근거림, 처음 내 파트너를 손에 쥐었을때의 떨림 같은 것 만으로도,

그리고 '생각보다'도 더 열중하고 있는 본인을 보거나, 그 뒤에 생각처럼 타오르지 않는 본인을 보면서

조금은 어른이 될 수도, 오타쿠를 계속 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얻을 수도 있을테니까..

 

참고로 이 때도 양복에 구두를 신고 갑니다. 양복만 옷걸이에 걸어두고 플레이 합니다.

 

얼마나 언제나 어떻게 갈 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이틀 재밌었습니다. 

과거와도 잘 작별 했습니다.

다음주에 질릴지도 몰라요..(웃음)

 

이상..